1441년(세종 23)∼1517년(중종 12). 조선 전기의 문신. 본관은 문화(文化). 자는 희명(希明), 호는 노포당(老圃堂). 세마 유사공(柳思恭)의 아들이다.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하고 일찍이 「금릉사(金陵詞)」를 지었는데, 그 의미가 장중, 건실한 것으로 널리 회자되었다.

19세에 사마시에 장원하고, 이어서 1462년(세조 8) 발영시(拔英試)에 합격, 예문관에 들어갔다. 성종이 즉위하자 홍문관부제학으로 경연시강관(經筵侍講官)으로 활약하였는데 특히 시문에 능하여 성종의 총애가 돈독하였다.

1484년(성종 15) 공조참판을 거쳐 사헌부대사헌이 되어 오랫동안 관기확립에 힘쓰고, 동지중추부사를 역임, 형조참판이 되었다.

1487년 천추사로서 명나라에 다녀온 뒤 동지중추부사‧형조참판‧공조참판‧병조참판을 두루 역임하고, 다시 대사헌에 제수되었다.

그뒤 개성부유수를 거쳐 공조판서에 올랐다. 성종이 죽자 산릉도감제조(山陵都監提調)로서 산역을 다스렸고, 연산군이 즉위하자 형조판서로 전임하여 지춘추관사(知春秋館事)‧동지경연사(同知經筵事)를 겸임하였다.

이어서 이조판서‧도총관을 거쳐 1498년(연산군 4)에 한성부판윤이 되고, 이듬해에 다시 형조판서가 되었다.

이때 압록강 연안에 노략질을 일삼는 야인정벌계획이 있자 신수근(愼守勤)과 함께 그 때가 아님을 극력으로 논하여 중단시켰다.

그뒤 좌참찬‧호조판서를 역임하였는데, 1502년에는 시문에 능한 10인에 선발되어 시수상(詩首相)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하였다. 연산군의 폭정이 날로 심하여지자 관직을 사직하려 하였으나 허락되지 않은 채, 우의정‧좌의정을 거쳐 1505년 65세의 나이로 영의정에 배수되었다.

그 이듬해에 박원종(朴元宗)‧성희안(成希顔)‧유순정(柳順汀) 등이 중종반정을 단행하자, 수상으로서 정국공신(靖國功臣) 2등에 책록되고, 문성부원군(文城府院君)에 봉해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정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차 사임을 요청하였지만 허락되지 않다가 도리어 연산조의 총신이었다는 대간들의 탄핵을 받아 관직을 극구 사양하여 마침내 관위에서 물러났다.

1514년(중종 9)에 다시금 영의정을 제수받아 국정을 총괄하다가 3년 뒤에 77세로 죽었다. 자학(字學)에 매우 정밀하고 의학‧지리학에도 조예가 있었다. 시호는 문희(文僖)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