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6년(선조 9)∼1627년(인조 5). 조선 중기의 무신. 본관은 의령(宜寧). 자는 사호(士豪), 호는 성은(城隱).

목사 남유(南瑜)의 아들이다.

1598년(선조 31) 정유재란 때 노량해전에서 아버지가 적탄에 맞아 전사한 데 충격을 받아 글공부를 포기하고, 활쏘기와 말타기에 전념하여 1602년 무과에 급제하였다. 이어서 선전관을 거쳐 부총관, 포도대장, 충청‧경상도병마절도사, 구성부사, 안주목사, 평안도병마절도사 등을 역임하였다.

1623년 인조반정 뒤 서도(西道)의 수령직을 자청하여 구성부사가 되었다가, 그를 시기하는 자의 무고로 하옥되기 직전에 도원수 장만(張晩)의 변호로 무사하였으며, 도원수 휘하의 중군(中軍)이 되었다.

이때 장만의 휘하에 부원수 겸 평안병사로 좌천되어 영변에 머무르고 있던 이괄(李适)이 난을 일으키자 장만의 지휘 아래 중군을 이끌고 싸워 많은 무공을 세웠는데, 특히 이괄의 부하 유순무(柳舜懋)‧이신(李愼)‧이윤서(李胤緖)를 회유하여 많은 반군을 귀순하게 하였다.

서울 근교의 작전회의에서 장만은 도성을 포위하여 이괄의 군대를 곤경에 빠뜨린 뒤에 공격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지리적으로 유리한 길마재〔鞍峴〕에 진을 치고 위에서 적을 내려다보며 공격하자는 정충신(鄭忠臣)의 주장에 동조하여 대승하였다. 이 공으로 연안부사가 되었고, 진무공신(振武功臣) 1등에 책록되었으며 의춘군(宜春君)에 봉하여졌다.

이어 평안도병마절도사로서 영변부사를 겸하여 국경방어의 임무를 맡고 있던 중, 1627년 정월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안주성에 나가 후금군을 저지하려 하였다.

이때 후금의 주력부대 3만여명이 의주를 돌파하고 능한산성(凌漢山城)을 함락한 뒤 안주성에 이르렀다. 이에 목사 김준(金浚), 우후(虞候) 박명룡(朴命龍), 강계부사 이상안(李尙安) 등을 독려하여 용전하다가 무기가 떨어져 성이 함락되자, 그는 “조정에서 나로 하여금 마음대로 군사를 훈련하고 기를 수 없게 하였는데, 강한 적을 대적하게 되었으니 죽는 것은 내 직책이나, 다만 그것이 한이로다.”라고 하며 성에 불을 지르고 뛰어들어 죽었다.

뒤에 영의정에 추증되고, 의춘부원군에 추봉되었다. 안주의 충민사(忠愍祠)에 제향되었으며, 시호는 충장(忠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