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775년(혜공왕 11). 신라 혜공왕 때의 모반자.

770년(혜공왕 6) 12월에 이찬(伊飡)의 관등으로서 김은거(金隱居)의 뒤를 이어 시중에 임명되었다.

4년 3개월간 재직하다가 775년 3월에 이찬 김순(金順)에게 물려준 것으로 추측되기도 하나 정확하지 않다. 그리고 같은해 8월에 이찬 염상(廉相)과 더불어 반란을 일으켰다가 죽음을 당하였다.

그가 반란을 일으킨 원인에 대하여는 잘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시중이 된 이후로부터 모반하기까지의 사이에 일어난 일을 살펴보면, 첫째로 주목되는 것은 774년 9월에 김양상(金良相: 뒤의 선덕왕)이 상대등으로 취임한 것과 775년 3월에 이찬 김순이 시중에 취임한 사실이다.

정문이 시중에서 아직 물러났다는 기록이 없는데도 김순이 시중에 취임하였다고 하면, 결국 시중자리에 두 사람이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정문이 모반할 당시도 시중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단순한 기록의 잘못이기보다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듯하다. 그것은 내물왕의 10세손을 칭하는 김양상이 상대등이 됨으로써 혜공왕을 지지하는 시중 정문을 제거하고 자기를 지지하는 김순으로 시중을 삼아 혜공왕 지지세력의 정치적 활동을 봉쇄하려 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역시 혜공왕편이라 생각되는 김은거가 775년 6월에 먼저 김양상을 반대하는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죽음을 당하였다. 정문과 염상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 그로부터 두달 뒤인만큼 이 역시 김양상을 반대하는 친위적 반란(親衛的叛亂)의 성격으로 보아야 할듯하다.

정문의 반란이 실패로 돌아간 뒤 혜공왕은 776년 1월에 백관의 칭호를 본래대로 복구하고, 777년 4월에는 상대등 김양상이 상소하여 시정을 극론하였다고 한 것으로 보아, 정문의 난이 실패로 끝난 뒤 김양상 일파가 정계의 실권을 완전히 장악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문이 일으킨 난은 혜공왕의 난정(亂政)으로 질서가 해이하여지자, 중대(中代)를 지키려는 편과 새로운 개혁정치를 단행하려는 세력 사이에 암투가 심하였을 때 혜공왕을 지지한 친위적 반란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