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1298년(충렬왕 24). 고려 원종‧충렬왕 때의 문신. 본관은 영월(寧越).

영월의 군리(郡吏)로서 지방의 이속에게 세 아들이 있으면 그 중 한명을 벼슬길에 오를 수 있도록 허락한 예에 따라 중방서리(重房書吏)에 보임되었으며, 원종 때 문과에 급제하여 도병마녹사(都兵馬錄事)가 되었다.

1268년(원종 9) 4월에 몽고가 개경환도의 지연을 문제삼아 김준(金俊)을 소환하자 집권무신 내부에서 몽고의 사신을 죽이고 몽고와 재대결하자는 주장이 일어났으나 김준의 아우인 김충(金冲: 金承俊)을 설득하여 이를 포기하도록 하였다.

같은해 12월에 임연(林衍)이 김준 등을 죽일 때 이를 도왔으며, 이 공으로 낭장 겸 어사(郞將兼御史)를 제수받았고, 곧 동경판관(東京判官)이 되었다.

그러나 1270년 원종이 몽고군대를 이끌고 귀국하여 강도(江都: 江華島)의 무신정권에 대하여 출륙령(出陸令)을 내렸을 때, 임연의 아들 임유무(林惟茂)가 각지에 야별초(夜別抄)를 보내 사람들을 산성과 해도(海島)에 입보(入保)시키고 대항하려 하자 지방관으로서 이에 호응하지 않음으로써 무신정권을 종식시키는 데 일조를 하였다.

그뒤 삼별초가 진도를 근거지로 하여 반란을 일으켰을 때 김주수(金州守) 이주(李柱)가 도망하였으므로 권지김주사(權知金州事)를 겸임하면서 민심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1271년에는 밀성군(密城郡: 密陽)에서 방보(方甫) 등이 진도의 삼별초에 호응하여 반란을 일으키자 이를 진압하였다.

임기가 다하여 중낭장(中郞將)에 제수되었고, 승진을 거듭하여 전법총랑(典法摠郞)이 되었다가 곧 외직으로 나아가 남경부유수가 되었다.

이때 국왕이 남경(南京: 楊州)에 행차하자 접대를 후하게 함으로써 칭찬을 들었으나, 백성에게 가혹하게 하여 왕의 총애를 받으려 한다는 비난이 있기도 하였다.

1285년(충렬왕 11)에 남경부사(南京副使)가 되었으며, 이때도 국왕의 행차를 맞이하여 접대를 극히 풍성하게 하였는데, 충렬왕이 이를 유능하다 하여 3품의 관계를 수여하였다. 판사재시사(判司宰寺事)로 승진하였다가 1290년에 충청도지휘사가 되었으며, 1292년에는 서경유수로서 서북면지휘사를 겸임하였다.

지방관으로서 부임하는 곳마다 유능하다는 소리를 들었으며, 뒤에 부지밀직사사(副知密直司事)로 치사(致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