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0년(충숙왕 7)∼1392년(태조 1). 고려말의 선사(禪師). 본관은 광주(廣州). 성은 조씨(趙氏). 자는 무작(無作), 호는 환암(幻庵). 조숙령(趙叔領)의 아들이다.

1320년(충숙왕 7) 3월 13일에 아버지의 임지인 용주(龍州)에서 출생하였다. 어려서 병을 앓아 점을 쳤더니, 출가하면 병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화상(大和尙)이 되리라고 하였다.

12세에 어머니의 권유로 대선사인 계송(繼松)에게 가서 출가하였으며, 내외의 경전을 익혀 높은 명성을 떨치고 스승의 다음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1341년(충혜왕 복위 2) 승과의 상상과(上上科)에 급제하였고, 1348년(충목왕 4) 금강산에 들어가 잠시도 몸을 누이지 않은 채 마음을 다잡기를 2년 동안 하였다. 어머니가 애타게 기다린다는 말을 듣고, 즉시 돌아와 만나고 경산(京山)에 우거하면서 멀리 나가지를 않았는데, 5, 6년 만에 어머니가 죽자 대자법화경(大字法華經)을 써서 명복을 빌었다.

그뒤 선원사(禪源寺)의 식영암(息影庵)으로부터 『능엄경(楞嚴經)』을 배워 그 뜻을 깊이 터득하였다. 재상 조쌍중(趙雙重)이 지은 휴휴암(休休庵)에 초청받아 3년 동안 머무르면서 『능엄경』을 강의하였으며, 충주 청룡사(靑龍寺) 서쪽에 연회암(宴晦庵)을 짓고 머물렀다.

공민왕이 회암사(檜巖寺)에 머무르기를 청하였으나 가지 않고, 금오산을 거쳐 오대산 신성암(神聖庵)에 머물렀다. 그때 고운암(孤雲庵)에 있던 나옹(懶翁)과 자주 만나 도의 요지를 질의하였다. 나옹은 뒤에 금란가사(金襴袈裟)‧상아불자(象牙拂子) 등을 신표로 주었다.

1369년 김황(金璜)의 원찰(願刹)인 서운사(瑞雲寺)에서 선회(禪會)를 크게 열었고, 1370년 공부선장(功夫選場)에서 홀로 뽑혀 공민왕이 내원(內院)에 머무르게 하였으나, 도망하여 위봉산(圍鳳山)에 숨었다.

1372년 왕명으로 호불사(護佛寺)에, 이듬해에는 내불당(內佛堂)에 머물렀다. 밤에 빠져나와 평해의 서산(西山)으로 갔다가 1374년 다시 내원에 들어가 공민왕에게 법요(法要)를 가르쳤고, 특히 왕대비의 존경을 받았다. 이해 9월 우왕이 즉위, 광통무애 원묘대지보제(廣通無碍圓妙大智普濟)의 호를 내렸다.

1375년(우왕 1) 송광사에 머무르고, 이듬해 서운사로 돌아갔다.

1378년 치악산에서 연회암으로 돌아왔다가 왕의 청으로 광암사(光巖寺)에서 3년을 지낸 뒤, 밤에 도망하여 원주 백운암(白雲庵)으로 옮겼다. 이로부터 다시는 주지가 되지 않기로 결심하고, 용문사‧청평사‧치악산 등을 편력하였다.

1383년 4월 1일 왕이 어서‧인장‧법복‧예폐(禮幣) 등을 연회암에 보내어 국사로 책봉하고, 대조계종사 선교도총섭 오불심종 흥자운비복국이생 묘화무궁도대선사 정편지웅존자(大曹溪宗師禪敎都總攝悟佛心宗興慈運悲福國利生妙化無窮都大禪師正遍智雄尊者)의 존호를 올렸으며, 충주의 개천사(開天寺)로 상주하는 곳을 삼도록 하였다.

1384년 해적이 충주를 침범하자 왕의 청에 의하여 광암사로 옮겼다.

이듬해 가을에는 50일 동안의 백산개도량(白傘蓋道場)의 주맹(主盟)이 되었으며, 1386년 보국사(輔國寺) 불정회(佛頂會) 및 수창궁(壽昌宮) 소재석(消災席)에 초청받아 주관하였다.

1388년 여름 창왕이 즉위하자 개천사로 옮겨 머물렀고, 1389년 공양왕이 즉위하자 표문을 올리며 인(印)을 봉하여 조정에 드리고 치악산으로 돌아갔지만 몇 달이 못 되어 다시 국사에 봉하여져 개천사로 옮겼다. 이성계(李成桂)가 잠저(潛邸)에 있을 때 함께 대장경을 인성(印成)하고자 하였는데, 1391년(공양왕 3) 가을에 그 일을 끝마쳐 서운사에 봉안하고 경회(慶會)를 베풀었다.

1392년(태조 1) 청룡사로 옮겼는데, 9월 18일 문인에게 유서를 쓰게 한 다음, “지금 죽을 때가 되었다. 나는 운명하겠노라.” 하고 앉아서 입적하였다. 태조가 보각(普覺)이라는 시호와 정혜원융(定慧圓融)이라는 탑호(塔號)를 내렸다. 충주 청룡사터에 비와 탑이 있다.

특히, 계율을 굳게 지키고, 도를 지킴에 조심하였다. 선교(禪敎)의 모든 경전을 두루 연구하였고, 제자들에게는 자상하게 강의하였다. 문장과 글씨에도 능하였다. 제자로는 경관(慶觀)‧담원(湛圓)‧소안(紹安)‧만우(卍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