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0년(고종 37)∼1311년(충선왕 3). 충렬왕의 비 제국대장공주(齊國大長公主)를 따라 고려에 온 몽고의 귀화인. 본명은 훌라타이(忽刺歹). 인후라는 이름은 당시의 대장군 인공수(印公秀)와 친하여 그의 성을 빌려 쓴 것이라고 한다.

그가 처음 고려에 온 것은 충렬왕이 세자로 제국대장공주와 결혼한 1274년(원종 15)이다.

이때 중랑장에 보임되어 1280년(충렬왕 6) 대장군으로서 원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왔다.

1277년 조인규(趙仁規)와 함께 원나라에 가서 새매〔鷂子〕를 바쳤으며, 충렬왕이 응방(鷹坊)을 없애려고 할 때 이를 극력 반대한 사실 등으로 미루어보아 주로 응방을 기반으로 하여 세력을 형성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1278년에 조인규와 함께 경상도에 가서, 몽고군사로서 본국에 귀환하는 자는 부모가 허락한 아내를 제외하고는 대동하지 못하게 하는 일을 맡은 바 있고, 같은해에 조인규와 함께 다시 경상도에 가서 유민(流民)을 찾아내어 호적에 올렸으며, 이듬해인 1279년에도 조인규와 함께 원나라에 가서 전함을 수리할 것을 보고한 일이 있는데, 후일 고려의 실권자로 등장하는 조인규와의 이러한 인연도 그가 영달한 한가지 이유가 된듯하다.

원나라에서 김주(金州: 김해) 등에 진변만호부(鎭邊萬戶府)를 둘 때 원나라로부터 소용대장군(昭勇大將軍) 진변만호(鎭邊萬戶)에 임명되어 호부(虎符) 및 직인(職印)을 하사받았다.

이때 합포(合浦: 마산)에 있으면서 전라‧경상도 백성을 크게 괴롭혔다.

1286년 부지밀직(副知密直)에 임명되고, 적(籍)을 승평군(昇平郡)에 두었으며, 그뒤 판밀직지도첨의찬성사(判密直知都僉議贊成事) 등의 관직을 거쳐 1298년 광정사참지기무(光政事參知機務)에 임명되었다가 곧 중대광 첨의시랑 찬성사 판병조감찰사사(重大匡僉議侍郞贊成事判兵曹監察司事)에 임명되었다.

이무렵 재상 한희유(韓希愈)와 사감이 있어 그를 무고하여 해도(海島)로 몰아내었으나, 뒤에 무고가 탄로나 파직당하여 원나라에 있다가, 한희유가 죽은 뒤 자의도첨의사사 평양군(咨議都僉議司事平壤君)에 임명되고 다시 만호부가 되었다. 충선왕이 복위한 뒤 첨의밀직(僉議密直)에 임명되었다가 검교정승(檢校政丞)을 더하였고, 충근보우공신(忠勤輔佑功臣)의 호를 받았다. 성질이 포악, 탐욕하여 남의 토지와 노비를 빼앗고, 세력을 빙자하여 많은 뇌물을 빼앗아 거만(鉅萬)의 치부를 하였다.

그가 죽자 서로 축하하는 사람까지 있었다고 한다. 시호는 장혜(莊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