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졸년 미상. 조선에 표착(漂着)하여 귀화한 네덜란드 사람. 원명은 벨테브레(Weltevree, J. J.)이다. 한자표기는 ‘朴燕’ 또는 ‘朴延’으로도 쓴다.

네덜란드 리프 지방에서 태어나 1626년 홀란디아(Hollandia)호 선원으로 동양에 왔다가 이듬해 우베르케르크(Ouwerkerk)호를 타고 일본으로 향하던 중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표착하였다.

동료 선원 히아베르츠(Gijsbertz, D.)‧피에테르츠(Pieterz, J.)와 함께 음료수를 구하려고 상륙하였다가 관헌에게 잡혀 1628년(인조 6) 서울로 압송된 뒤, 동료 2인과 함께 훈련도감에서 총포의 제작‧조종에 종사하였다.

1636년에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훈련도감군을 따라 출전, 분투하였고 이때 히아베르츠와 피에테르츠는 전사하였다.

1653년(효종 4)에 하멜(Hamel, H.) 일행이 표착하였을 때는 제주도에 가서 통역을 맡으며 이들을 지휘하였다. 그리고 이들이 서울로 압송되었다가 전라도 병영(兵營)으로 이송되기까지 3년 동안을 함께 지내면서 이들에게 조선의 풍속과 말을 가르쳤다.

큰 키에 노란 머리, 푸른 눈을 지녔으며 겨울에 솜옷을 입지 않을 정도로 건장하였다고 전한다. 그리고 그가 견문한 동양 각 국의 풍물과 천기(天氣)관측에 대하여 즐겨 이야기하고, 자주 선악(善惡)과 화복(禍福)의 이치를 말하여 도자(道者)와 같은 면모를 보였다고 한다.

개신교의 나라 네덜란드 태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독교의 교리를 설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서울에서 조선 여자와 결혼하여 1남 1녀를 두었는데, 이들의 거취에 관해서는 기록이 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