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졸년 미상. 신라 상고시대(上古時代)의 갈문왕. 한지부(漢歧部, 또는 韓歧部)의 족장(族長). 성은 김씨(金氏) 또는 박씨(朴氏)라는 두 가지 기록이 있으나, 같은 한지부출신인 마제갈문왕(摩帝葛文王)의 성이 김씨로 되어 있으므로 허루갈문왕도 김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신라 제5대 파사이사금이 유찬택(楡飡澤)에서 사냥을 한 뒤 한지부를 지나는데, 그때 그곳의 이찬(伊飡) 허루가 잔치를 열어주었다.

허루의 처는 그의 딸을 데리고 나와 춤을 추게 하였으나, 같은 한지부의 이찬 마제의 딸이 파사이사금의 태자(뒤의 祗摩尼師今)와 혼인하게 되었다. 이에 파사이사금은 허루에게 이찬보다 더 높은 주다(酒多: 뒤의 角干)의 벼슬을 주었다. 한지부는 동해변에 위치하여 해상활동에도 익숙하였는데, 한지부와 신라왕실이 결합한 것은 신라왕실의 통치력이 점차 성장하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허루는 뒤에 갈문왕이 되었는데 그와 왕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첫째 제3대 유리이사금의 왕비의 아버지이자 제5대 파사이사금의 어머니의 아버지, 둘째 파사이사금의 왕비의 아버지(장인)라는 두가지 기록이 있다.

그런데 유리이사금의 왕비의 아버지로서는 일지갈문왕(日知葛文王)이 그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허루갈문왕은 파사이사금의 왕비의 아버지라고 생각된다.

즉, 허루는 왕비의 아버지로서 갈문왕에 책봉되었는데 이것은 당시 신라가 박씨왕족과 김씨왕비족의 연합시대였음을 보여주며, 왕족에 대한 왕비족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