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3년(영조 29)∼1824년(순조 24).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은 반남(潘南). 자는 덕여(德汝). 금은군(錦恩君) 박종규(朴宗珪)의 아들이며, 모친은 교관 유명원(柳明垣)의 딸이다.

1786년(정조 10) 성균관유생으로 있을 때 감제(柑製)에서 수석하여 직부전시(直赴殿試)의 포상을 받았으며, 1789년 식년문과(式年文科)에 을과로 급제하여 관직에 나아갔고, 같은해 정약용(丁若鏞) 등과 함께 강제문신(講製文臣)으로 뽑혔다.

1791년 정언(正言)이 되어 활발한 언론활동을 하였으며, 이듬해 홍문록(弘文錄)‧도당록(都堂錄)에 올랐다.

1794년 광주(廣州)‧죽산‧양성에 암행어사로 나갔다.

1797년 부교리(副校理)로 있으면서 교리 심규로(沈奎魯) 등과 함께 이명연(李明淵)의 관직임명에 반대하다가 한때 강외(江外)로 출송당했으나 곧 다시 등용되었다.

1799년 부수찬(副修撰)‧수찬을 역임하면서 정치달(鄭致達)의 처인 화완옹주(和緩翁主)의 처벌을 주장하는 데 참여하는 등의 정치활동을 하였다.

1800년 상의원정(尙衣院正)으로 있으면서 세자책봉에서의 공으로 상을 받기도 하였으나, 정조가 죽은 뒤 순조 초년에는 관인으로서의 활동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 시기에 정순왕후(貞純王后) 김씨(金氏)의 후원을 기반으로 정권을 오로지하고 있던 김달순(金達淳)‧심환지(沈煥之) 등의 벽파(僻派)와 정치적 입장이 달랐기 때문에 정계에서 배제되어 있었던듯하다.

그뒤 김조순(金祖淳)의 딸이 순조비로 책봉되어 안동김씨(安東金氏) 일문을 중심으로 정계가 재편되기 시작하던 1803년 9월 대사간(大司諫)으로 등용된 이후 판돈녕부사(判敦寧府事)로 죽을 때까지 거의 공백기간 없이 활발한 관직생활을 하였다.

실록과 『청선고(淸選考)』에서 확인되는 순조연간의 주요 역임관직을 그 각각의 첫번째 임명연도와 함께 들면 다음과 같다.

1804년 대사간, 1805년 충청도관찰사, 1807년 이조참판, 1809년 판윤(判尹)‧공조판서‧형조판서, 1810년 예조판서‧우참찬(右參贊)‧대사헌(大司憲)‧좌참찬‧수원유수(水原留守), 1812년 전라도관찰사, 1814년 판의금(判義禁), 1815년 이조판서, 1816년 병조판서, 1817년 좌부빈객(左副賓客), 1820년 호조판서‧빈객 등 1821년 좌빈객, 육조의 판서를 모두 역임하였으며, 특히 판의금에는 15회 이상 임명되었다.

1818년 사은사(謝恩使)의 정사로 청나라에 다녀왔다.

1824년에는 아들이 많고 다복한 사람이 맡게 되어 있던 권초관(捲草官)으로 선발되어 왕비가 공주를 낳았을 때 권초례(捲草禮)를 주재하였다.

글씨에 대한 조예를 인정받아 1807년 단경왕후(端敬王后) 온릉(溫陵)의 비석을 세울 때 해서를 썼다. 생전에 금풍군(錦豊君)에 봉해졌으며, 1827년에 충헌(忠獻)의 시호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