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1171년(명종 1). 고려 무신정권기의 무신.

무신란이 일어난 의종 때는 고려 전기의 사회경제체제의 모순 등으로 무신들과 군인들 그리고 일반농민들까지 불만이 쌓여 있었다. 그는 1170년(의종 24) 왕이 화평재(和平齋)에 행차하였을 때 산원(散員) 이의방(李義方)과 더불어 대장군 정중부(鄭仲夫)에게 거사할 뜻을 비추었고 정중부의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그 뜻을 화평재에서는 실현에 옮기지 못하였고, 뒤에 왕이 연복정(延福亭)에서 흥왕사로 행차할 때 정중부와 더불어 왕이 만약 환궁하지 않고 보현원(普賢院)으로 행차를 옮기면 난을 일으키기로 약속하였다. 마침 왕의 행차는 보현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때 왕은 오문(五門)에 이르러 무신들을 위무하고자 오병수박희(五兵手搏戱)를 하게 하였는데 대장군 이소응(李紹膺)이 상대를 이기지 못하고 달아나자, 젊은 문신 한뢰(韓賴)가 이소응의 뺨을 쳐서 계단 아래로 떨어뜨렸다. 이 광경을 바라보다가 칼을 빼어 난을 일으키려 하였으나 정중부의 만류로 그만두었다.

날이 저물어 왕의 수레가 도착하여 문으로 들어서자 난을 일으켜 호종하였던 문신들을 모두 죽이고, 개성에 들어가 궁궐과 태자궁을 휩쓸면서 대소의 문관 50여명을 죽였다. 이에 왕이 크게 두려워하여 응양용호군(鷹揚龍虎軍)의 중랑장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다시 정중부 등과 더불어 의종을 내몰고 명종을 맞아 무신정권을 수립하였다.

그뒤 대장군 위위경 겸집주(大將軍衛尉卿兼執奏)에 임명되고, 벽상공신(壁上功臣)이 되어 그 형상을 각상(閣上)에 그렸다. 정중부‧이의방 등과 더불어 반란을 일으키고 많은 문신을 학살하고 그 나머지 문신들도 모두 잡아 죽일 것을 주장하다가 정중부의 만류로 중지하였다.

1171년에 대장군 한순(韓順), 장군 한공(韓恭)‧신대예(申大譽)‧사직재(史直哉)‧차중규(車仲規) 등이 무신들이 함부로 조신(朝臣)을 죽이는 것을 비난하자 이의방과 더불어 이들을 모두 잡아 죽였는데, 오직 차중규만은 이의방과 친교가 있었으므로 죽이지 않고 외방으로 귀양보냈다.

정권을 독단하고자 하여 비밀히 악소(惡少: 불량소)들과 법운사(法雲寺)의 중 수혜(修惠)와 개국사(開國寺)의 중 현소(玄素) 등과 결탁하여 밤낮으로 술을 마시고 거짓 제서(制書)까지 꾸미기도 하여 이의방의 미움을 받게 되었다.

마침 태자(太子)에게 원복(元服, 冠服)을 가할 때 왕이 여정궁(麗正宮)에서 잔치를 베풀었는데, 이때 선화사(宣花使)가 되어 잔치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는 현소로 하여금 악소를 수혜의 방에 모아 향연을 베풀고 칼을 소매 속에 품게 해서 난을 일으키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 사실을 그의 구사(驅使)이던 교위(校尉) 김대용(金大用)의 아들이 그 아버지에게 고하고, 김대용은 다시 이를 내시장군(內侍將軍) 채원(蔡元)과 더불어 고변하였다. 이에 그를 미워하던 이의방이 궁문 밖에서 기다리다가 철퇴(鐵椎)로 쳐 죽이고, 순검군을 풀어 그의 어머니와 그 잔당을 잡아 죽였다.

그리고 그의 부친은 일찍이 그를 불초자식으로 여겨 미워하고 자식으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귀양보내는 것으로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