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9년(경문왕 9)∼948년(정종 3). 신라말 고려초의 승려. 성은 김씨. 자는 광종(光宗). 경보(慶甫)는 법명이다.

전라도 영암에서 태어났으며, 부친은 알찬(閼粲) 김익량(金益良)이고, 모친은 박씨이다.

어머니가 푸른 구슬을 물고 오는 흰 쥐의 꿈을 꾸고 낳았으며, 어려서부터 연장자와 놀기를 즐겨하고 공부에 열중하였다.

19세에 팔공산 부인사(夫仁寺)로 출가하였다가 전라도 광양의 백계산(白鷄山)으로 옮긴 뒤 도승(道乘)의 제자가 되어 선(禪)과 율(律)을 익혔다.

19세에 월유산 화엄사에서 구족계를 받고 계율의 수행에 몰두하다가, 백계산을 떠나 성주산의 무염(無染)과 굴산사(崛山寺) 범일(梵日)의 문하에서 선을 닦았다.

892년에 당나라로 가서 이름있는 여러 사찰을 찾아 수행하다가, 무주(撫州: 江西省)의 소산(踈山)에서 조동종(曹洞宗)의 광인(匡人)을 만났다. 광인은 ‘가자미 바다에서 온 용’이라고 하면서 선법(禪法)을 전하였다.

그뒤 광인의 소개로 강서 지방의 노선(老善)을 찾아가니, “흰구름에 가리어 길이 막혔네.”라고 하였다. “본디 푸른 하늘 길에 흰구름이 어찌 있나.”라고 답하였는데, 노선은 그뒤 매우 귀중하게 여겼다.

그뒤 노선의 만류를 뿌리치고 여러 사찰을 다니다가 921년에 귀국하여 전주 임피군(臨陂郡)에 이르렀는데, 후백제의 견훤이 전주에 있는 남복선원(南福禪院)에 머물게 하고 스승으로 삼았다. 뒷날 다시 백계산의 옥룡사(玉龍寺)로 옮겼다가, 936년에 견훤이 죽고 고려로 통일되자 태조가 찾아와서 왕사로 모셨다.

그뒤 2대 혜종과 3대 정종의 왕사가 되었으며, 정종의 명으로 개경에서 머물다가 옥룡사로 돌아와서 상원(上院)에서 머물렀다.

제자들에게 “옷차림을 바로 하고 음식을 평등히 하고 선열(禪悅)로써 맛을 삼아라.”는 임종게(臨終偈)와 함께, 탑과 비석을 세우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입적하였다. 나이 80세, 법랍 62세였다. 정종은 옥룡선화상(玉龍禪和尙)이라 부르고, 동진대사(洞眞大師)라는 시호와 보운(寶雲)이라는 탑명을 내렸다. 대표적인 제자로는 천통(泉通)과 현가(玄可) 등이 있다. 비는 10년 뒤인 958년 8월에 제자인 현가가 쓰고 계묵(繼黙)이 비문을 새겨서 옥룡사에 세웠으며, 현재는 옥룡사 터에 남아 있다.